AI와 자동화는 노동·자본 투입의 효율을 높여 총 요소생산성(TFP)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의 경로를 동시에 바꾼다. 본 글은 생산성 경로, 산업·노동시장 조정, 정책 시사점을 중심으로 정량·정성 분석을 제시한다.
생산성 경로와 계량 추정
AI·자동화는 생산함수의 기술항을 변화시켜 TFP를 직접 향상시킨다. 기계학습·대규모언어모델은 예측 정확도를 높여 수요예측·재고·가격결정의 오차를 줄이고, 컴퓨터비전·로보틱스는 불량률·다운타임을 축소해 동일 투입 대비 산출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효율 개선은 성장회계에서 노동·자본 기여분을 넘어서는 순수 기술 효과로 귀속되며, 잠재성장률(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장기 성장 가능치)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인이 된다. 동시에 실제성장률은 경기국면과 투자 사이클에 따라 단기적으로 과대·과소 반응한다. 초기에는 학습·전환 비용, 설비투자 지연, 규제 적응으로 생산성 이득이 완전히 실현되지 않아 잠재 대비 실제의 음(-)의 생산갭이 발생하기 쉽다. 확산 단계에 들어서면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가 커져 총수요·총공급이 함께 확대되고, 단가하락과 신제품 출현으로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 계량적으로는 산업·기업 패널자료에 AI 도입강도(로봇 밀도, AI 특허, AI 인력 비중, 소프트웨어 자본 등)와 TFP 성장률 간의 탄력 치를 추정하며, 일반적으로 AI·자동화 변수의 계수는 유의한 양(+)의 값을 보인다. 다만 식별을 위해 도구변수(수입장비 관세, 전력단가, 글로벌 기술충격)를 활용해 내생성을 통제해야 한다. 또한 AI 투자의 파급은 시간지연(lag)과 보완투자(조직·교육·데이터 인프라)에 크게 좌우된다. 데이터 품질·표준화가 미흡하면 모델 성능이 과대평가되고 운영상 드리프트가 발생해 TFP 기여가 약화된다. 결론적으로, AI·자동화는 장기 잠재성장률을 구조적으로 높이는 경향이 있으나, 단기 실제성장률은 흡수능력과 제도환경에 따라 분산이 커지므로, 평가 시점과 확산 속도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본 구조 변화
AI·자동화는 요소대체와 보완을 동시에 유발한다. 반복·규칙 기반 업무는 기계에 대체되고, 비정형 판단·대인 상호작용·안전 중요 공정은 인간 역량이 증강되는 과업 기반(Task-based) 재배치가 발생한다. 노동 측면에서 이는 직무구성의 업스킬·리스킬을 통해 유효노동의 질적 향상으로 나타나 잠재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전환기에는 중간숙련 일자리의 소실로 고용재배치 비용·임금격차 확대가 발생할 수 있어, 단기 실제성장률을 제약하는 마찰로 작동한다. 자본 측면에서는 소프트웨어·데이터·클라우드·반도체 등 무형·디지털 자본의 비중이 상승해 총자본 형성률을 높인다. 그러나 초기 투자 집중은 감가상각·구독비용을 통해 단기 이익을 압박하고, 규제·보안·데이터 거버넌스 비용이 추가되어 전환기의 생산성 ‘J커브’가 관찰된다. 산업별로는 제조·물류·반도체·플랫폼이 선도 부문으로 TFP 개선폭이 크고, 의료·공공·교육은 규제·윤리·데이터 민감성으로 확산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공급망 관점에서는 고성능 연산(가속기, 메모리), 전력·냉각 인프라가 병목이 되어 투자 타이밍과 지리적 편중이 발생한다. 거시적으로 AI·자동화는 가격경쟁력과 품질 개선을 통해 수출 탄력성을 높이고, 내수에서는 서비스 가격의 상대적 하락과 신서비스 창출로 소비자잉여가 증가한다. 다만 데이터 집중·플랫폼 독점이 심화되면 진입장벽·수익집중으로 장기 혁신역동성이 훼손될 수 있어, 표준화·상호운용성·데이터 이동권 같은 경쟁정책이 잠재성장률 유지에 필수다. 금융·자본시장 측면에서 AI 도입 기업은 정보비대칭이 완화되어 자본조달비용이 낮아질 수 있으나, 모델 리스크·사이버 리스크가 가중되면 규제 프리미엄이 상승해 실제성장률 변동성을 확대한다. 따라서 노동전환 지원, 데이터 인프라, 보안·윤리 규범을 결합한 종합 정책 포트폴리오가 잠재·실제의 괴리를 축소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산업·정책·리스크 관리
AI·자동화 확산의 총효과는 확산속도×흡수능력×제도품질의 함수로 요약된다. 산업 차원에서는 공정 자동화, 예지보전, 디지털트윈, A/B 테스트, 추천·동적가격, 수요반응형 에너지, 자율주행 물류 등에서 비용곡선이 하향 이동한다. 이는 TFP의 구조적 상승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상향 조정하지만, 실제성장률은 경기·금리·환율 등 거시 변수와 동조되어 사이클을 탄다. 금리 하락·리스크온 국면에서는 AI CAPEX 자금조달이 용이해 실제성장률이 잠재치로 수렴하거나 상회하나, 긴축·신용경색 시에는 프로젝트 지연·규모 축소로 실제 성장의 약세 편차가 발생한다. 정책은 세제·보조·표준·규제의 균형이 중요하다. 연구개발·설비에 대한 가속상각·세액공제, 데이터·클라우드 바우처, 중소기업 AI 바우처는 확산 초기 마찰을 줄인다. 동시에 개인정보·저작권·책임성·AI 안전성 기준은 외부불경제를 줄여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 준다. 노동시장 정책은 직무 재설계, 마이크로 학위, 전직 지원, 실업 안전망을 통해 전환비용의 시간분산을 유도해 실제성장률의 단기 하방을 완충한다. 리스크 관리는 모델 거버넌스(버전·데이터 라인리지·성능 모니터링), 보안(제로트러스트·프롬프트/모델 방어), 컴플라이언스(설명가능성·감사로그)를 포함해야 하며, 이러한 체계가 갖춰질수록 AI의 순 TFP 기여치가 안정적으로 누적된다. 국제협력도 생산성의 외연을 넓힌다. 데이터 국경·수출규제·표준의 파편화는 규모의 경제를 저해하므로, 상호인증·공동벤치마크·모델 카드 표준으로 거래비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기업은 측정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전사 AI 활용도, 자동화율, 데이터 품질지수, 인력 재배치 속도, 사이버 사고율 같은 KPI를 정례적으로 공시·집계하면, 잠재성장률 상향 추정의 근거 데이터가 축적되고, 실제성장률과의 괴리 원인도 신속히 파악된다. 이렇게 산업·정책·리스크 관리가 결합될 때 AI·자동화의 파급은 단기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 성장경로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수렴한다.
AI·자동화는 TFP를 매개로 잠재성장률을 구조적으로 높이지만, 실제성장률은 확산 마찰·금융여건·규제 품질에 따라 변동한다. 노동전환 지원·데이터 인프라·모델 거버넌스·표준화가 결합될 때 잠재-실제 격차가 축소되고, 장기적으로 물가 안정 하의 성장경로가 가능해진다. 기업·정책·노동의 동시 조정이 필요하다.